2010년 '스타크래프트 2'의 발매 후,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와는 너무 다른 게임이다',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 '보는 건 재미있는데 하기에는 싫다', '교전이 너무 빨리 끝난다', '너무 견제 지향적인 게임이라 게임이 너무 극단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도 이런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의 유저들을 포섭하는데 실패한 게임이라고 봅니다. 물론 전작과의 12년의 간격이 너무나도 길었던 탓도 있겠죠.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에피소드 5 미션 1. 첫 공격 (First Strike)>
1. 첫 만남
1994년 생인 저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를 아마 초등학생 즈음에 처음 접했습니다. 항상 컴퓨터만 보면 신기해 하던 어린 날의 저는 사촌 형의 집에서 처음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를 실행했고, 처음 했던 게임은 아마도 '에피소드 5', '첫 공격 (First Strike)'로 기억합니다. 눈 타일의 맵에서 처음에는 가스도 없는 본진에서 듀란의 부대를 찾아 적 기지의 사령부를 파괴하는 미션입니다.
그 잠깐의 만남에서 영어도 모르고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는 저는 굉장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린 저의 표현대로라면 '진짜 재미있다!'였을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캠페인 에디터>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 폴더 속의 '스타크래프트 캠페인 에디터'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용도인지도 몰랐고, 인터넷도 안 되던 사촌형의 집 컴퓨터에서는 사용법을 찾을 수도, 찾을 줄도 몰랐습니다. 일단 뭘 하던 그어보고 시작했습니다. 지형을 올려도 보고, 물을 채워 넣기도 하고, 유닛을 추가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저장 폴더도 찾아서 저장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실행을 했습니다.
당연히 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Start Location'을 설치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맵 저 맵 열어보면서 저는 그렇게 맵 제작 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처음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두 손으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완벽히는 아니지만, 지형 편집은 물론 트리거까지 만질 줄 아는 '아마추어 맵퍼'가 되어 있었습니다.
2. 한계
어린 저의 취미는 게임과 맵 제작 단 두 가지였습니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 곳 저 곳 많이 옮겨다니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자연스레 맵 제작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거의 처음 만들었던 맵들>
하지만, 혼자서 배우는 건 한계가 있었습니다.
밀리를 하는 게임 스타일도 아니었고, 주위에는 제 맵을 같이 플레이 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네이버 카페'들을 찾아가면서 해결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정말 우후죽순처럼 스타크래프트 맵 제작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팀을 자처하며 서로 맵 플레이를 같이 하거나 맵을 공유하며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그룹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이런 '팀'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 'POM2'라는 팀에 들어갈 수 있게 됬습니다.
여기서 저는 '탈다림 제단'과 '벨시르 해안'을 만든 'Lunatic Sounds', 당시의 '루나'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팀'에 들어가게 되면서 서로의 맵을 피드백 하면서 저는 다시 맵 제작에 대해 열의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POM2' 팀은 얼마가지 못하고 공중분해 되고 맙니다. 팀장의 운영 상의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혼자가 된 저는, 처음의 기분으로 돌아가서 여러 팀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때, 'OMIT' 팀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팀장인 '플래닛 S'와 '하늘 방패'를 만든 'Jacky'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OMIT' 팀은 멤버를 쉽게 받지 않았지만, 아마 당시의 제 가능성을 보았을 그는 흔쾌히 저의 입단(?)을 받아들여 주었고, 저는 다시 팀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3. 성장
<'OMIT' 팀 활동을 하면서 만든 맵들>
팀 활동은 제 맵 제작 경력에 큰 도움이 됬습니다.
당시의 'OMIT' 팀은 정말 그 당시에 맵 제작자 중 가장 가능성과 실력이 뛰어난 팀이었고, 저는 제가 이런 뛰어난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인투더맵'의 존재를 알게 됬습니다. 당시의 가장 큰 맵 제작 커뮤니티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지식을 얻고, 더 많은 맵을 만들면서 저는 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익스퍼트' 등급을 다는 것이었습니다.
'익스퍼트 (Expert)'란 말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전문가'라는 뜻을 가진 등급이었습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등급이 아니었고, '먼슬리 맵 (Monthly Map)'이라는 매달 1번씩 펼쳐지는 공모전을 통해 1등을 2번 이상 한 맵 제작자에게만 주어지는 등급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아마추어 맵 제작자들에게 도전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저 역시 그 등급 하나 얻기 위해 힘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처음으로 '먼슬리 맵'에 당선되게 됩니다.
<Free Yourself>
첫 번째 '먼슬리 맵'이 된 'Free Yourself'는 딱히 특별한 게 없는 맵이였습니다. 투혼식 9-8-7 미네랄 수를 지켰고, 센터와 길목 중심의 힘싸움맵이라는 점이 특징의 끝이었습니다. 다만, 당시에 제가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최대로 발휘한 지형처리와 4인용 회전형 맵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균형이 이 맵을 '먼슬리 맵'으로 당선시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시에 제 맵 위로 더 뛰어나고 멋진 맵이 없어서 그나마 나은 맵을 뽑았을 수도 있습니다.
<Glueck Auf>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먼슬리 맵'이 당선되었습니다.
'Glueck Auf', 파독 광부들이 탄광으로 들어가기 전에 했던 '살아서 다시 만나자!'라는 말. 지금 보면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만들면서도 굉장히 저에게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맵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블루 스톰' + '히치하이커' 느낌의 맵이지만, 저 스스로는 이런 난전형의 맵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맵이었습니다.
물론 이 맵도 얼떨결에 '먼슬리 맵'이 된 것 같지만, 저 자신에게는 명 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익스퍼트' 등급으로 올라간 뒤 1년 정도가 지나고, '스타크래프트 2'가 발매됩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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